사람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결과물이다. 모든 상황을 직접 겪고, 매번 스스로 깊이 숙고해 결론을 내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어딘가에서 받아들인 판단을 일종의 ‘저장된 값’처럼 꺼내 쓰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판단을 만들어내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주변으로부터 그럴듯한 기준을 가져오는 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논쟁적인 사회 이슈는 오히려 사고를 자극하는 편에 속한다. 서로 다른 시각이 충돌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생긴다. 반대로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일수록 경계가 필요하다. 특정 환경이나 문화 속에서 하나의 관점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그 자체를 의심해볼 기회조차 사라지기 쉽다. 그렇게 무심코 받아들인 판단은 깊은 검토 없이 굳어지며, 오히려 더 강하게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