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둔하고 무심한 과정이다. 거기에는 어떤 숭고한 목적도, 더 나은 존재를 빠르게 만들어내려는 의지도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 더 살아남기 쉬운 특성이 다음으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정교하고 친절한 설계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우연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는 방식에 가깝다.
돌이켜보면 성장의 많은 부분은 혼자만의 독창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이미 탐색해놓은 경로를 참고하고, 거기서 필요한 것을 정확히 가져오는 능력에서 나온다. 개인이 혼자 탐험할 수 있는 영역은 작지만, 세상에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먼저 부딪혀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감각을 빌려올 수 있다면, 나 역시 훨씬 더 넓은 영역을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