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주 경미한 접촉 사고를 냈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다 취한 보행자와 거의 멈춘 상태에서 옷깃이 스쳤고, 겉으로 보이는 외상도 없었다. 사고라고 부르기조차 애매한 수준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상황의 크기와는 별개로 마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상했던 건 실제 충돌보다도 그 이후의 감각이었다. 다친 곳이 있는지, 얼마나 큰 일인지보다 먼저 ‘경찰’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이 몸을 굳게 만들었다. 경찰이 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합의 의사를 묻는 평범한 절차가 이어졌지만, 그 안에 서 있는 나는 생각보다 훨씬 무력했다. 작은 사고 앞에서도 사람은 이렇게 쉽게 작아질 수 있구나 싶었다.
다행히 다음날 피해자가 먼저 연락을 주었고, 일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던 만큼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흔들렸다. 돌아보면 내가 겁먹었던 건 처벌 자체보다, 무슨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전혀 모른다는 감각이었던 것 같다.
일어날 법한 상황들에 대해 간단히라도 법을 알아두는 게 최소한의 안전장치일지도 모른다. 처음 겪는 일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방법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 우선 사실관계를 천천히 확인하고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